전날 걸은 3코스가 쉬운 구간이 아니었다는 것이 아침에 눈을 뜨면서 무거워진 몸과 뻐근한 다리에서 증명이 되는 것 같다.
그래도 서울에서 여기까지 왔는데 3코스만 걷고 바로 올라 갈수는 없는 노릇이기도 했고 4코스는 거리도 짧고 그다지 어려운 구간이 아니라니까 꾸역꾸역 준비를 해서 나갔다.
전날 잠은 함양 읍내에서 잤다. 마침 함양 장날이기도 했고 낯선 고장에 들어가 장터와 읍내 거리를 한 바퀴 돌아보는 재미도 사실 또 다른 여행의 묘미가 아닌가 한다.
2000원에 5마리 하는 붕어빵도 한 봉지 사들고~
그렇게 나와서 3코스의 종착지이자 4코스의 시작인 금계로 가던 중 오도재라는 고개와 지리산 조망공원까지 만나게 되었다.
내가 흔히 쓰는 소 뒷걸음질 치다 쥐 잡았다고~하는 말을 자주 썼는데 사실 이곳에 이런 길이 있는 줄도 모르고 그저 네비가 시키는대로 온 것뿐인데 참 아름답고 멋진 풍경이었다.
시간이야 어떻든 4코스는 4시간이라니까 한껏 오도재와 지리산 조망공원에서 천왕봉 찾기 놀이하다가 겨우 겨우 금계에 도착했다.
한 가지 흠이라면 날씨가 도와주질 않아 잔뜩 낀 구름에 숨어있는 천왕봉 찾다가 눈이 빠지는 줄 알았다. 그래도 이게 어딘가 싶다.
금계에 도착하니 비가 살랑살랑 내리는거 같고 잠시 꽤가 났지만 여기까지 온 시간과 돈이 아까워서라도 배낭을 챙겨들고 일어선다. 배낭이라 해야 생수와 이온음료 몇 개가 전부지만…….
4코스는 지리산 자락 깊숙이 들어온 6개의 산중 마을과 사찰을 지나 엄천강을 만나는 길이다. 사찰로 가는 고즈늑한 숲길과 등구재와 법화산 자락을 조망하여 엄천강을 따라 걷는 옛길과 임도 등으로 구성된다.
금계에서 동강까지는 대략 11km정도이고 시간은 약 4시간 정도 걸린다고 하는데 놀며 놀며 걸어도 3시간 반정도면 되지 않을까 싶다. 아 물론 중간에 점심도 먹고 세월아 네월아 걸으면 더 걸릴 수도 있다.
그리고 중간에 벽송사라는 절을 경유하는 코스가 있는데 이 길로 들어서면 1시간가량 더 걸린다고는 하는데 나야 당근 그리로 안 갔다.
금계마을 – 의중마을(0.7km) – 모전마을(용유담)(3.1km)- 세동마을(2.4km) – 운서마을(3.3km) – 구시락재(0.7km) – 동강마을(0.8km) 보기에도 가뿐해 보인다.
처음에 그렇게 호기로운 걸음으로 룰루랄라 콧노래까지 부르며 출발은 했지만 곧이어 의중 마을을 조금 지나서 먼 생각을 하다 그랬는지 몰라도 발을 헛디뎌 옆으로 굴러 떨어지는 사고를 당하기도 했다.
무릎은 물론이고 손등 팔목에 온통 피범벅으로 옷도 찟겨 나갔지만 다행히 뼈가 부러지진 않은 듯 했다. 한 30여분 멍하니 앉아 있다가 정신을 수습하고 다시 걷기 시작했다.
아, 물론 지금 그만두고 돌아가서 치료를 받고 집으로 가야 하는가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이미 내가 돌아온 길이 아니라 앞으로 걷고 있다는 것을 알아채곤 그냥 계속 걸었다
9.5km 남았는데 지금 안하면 나중에 다시 와야만 될꺼 같아 그냥 걷고 끝내기로 했는데 결과적으로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만큼 4코스(금계-동강)는 날 실망시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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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레길에서 만난 아이들이다. 무척 반가웠다. 문뜩 지금 지리산보다 더 아름다운게 있다면 둘레길을 걸으며 재잘거리는 이 아이들의 웃음 소리가 아닐까 싶다.
내가 어리버리해서 그런가 4코스는 늘상 보이던 안내판을 찾지 못하고 이 의탄교를 건넜다.
의탄교를 건너 바라본 둘레길 함양센터와 금계마을.
금계(金鷄)마을로 개명되기 전 마을 이름은 ‘노디목’이었다. 노디는 징검다리라는 이 지방 사투리로 칠선계곡에 있는 마을(추성, 의중, 의탄, 의평)사람들이 엄천강 징검다리(노디)를 건너는 물목마을이라 부른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산촌사람들의 정을 징검징검 날랐을 노디가 세월에 씻겨 나가고 지금은 그 위에 의탄교가 들어서 있다.
여기서 잠시 헷갈리는데 오른쪽으로 가야 한다. 오른쪽에 리본이 달려있고 그 길을 따라 가야 한다.
이곳에서 직진을 하면 서암정사와 벽송사로 돌아가는 코스이고 왼쪽으로 가면 마을을 거쳐서 가게 된다.
이 화살표를 잘보고 따라가면 된다.
여기서 조금 더가서 앞에서 이야기했듯 굴러 떨어져 시껍하고 만다.
3코스 후미에서 이야기한 부처의 얼굴 보이시나 모르겠다. 뭐하는지 모르겠다. 절 짓나~
용유교이다.
용유담이다. 지리산을 유람하던 옛 선인들이 지리산으로 들어가기 전 호연지기와 여흥을 즐기던 곳이며, 마적도사와 아홉 마리 용과 전설이 있는 곳이다. 또한 용유담 맑은 물에는 등에 무늬가 있는 고기가 살고 있었는데 그 무늬가 스님의 가사와 같다 하여 ‘가사어’라 불리웠으며 이는 지리산 계곡에서만 사는 물고기이다.
이 길을 따라 한참을 걷게 된다. 조금 더 가면 좌측으로 조망도 좋다. 중간에 다치지만 않았어도 기분 좋게 걸었을텐데~ 쩔룩거리면서 걷느라 좀 힘들었다.
다랑이 논 위로 난 도로가 보이고 나중에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올때 버스가 저곳을 지나간다.
나중에 저 버스를 타고 금계로 돌아온다.
구시락재를 넘어 잠시 이곳에서 한 10여분 내린 비를 피하고 동강마을로 향한다.
드디어 동강 마을이 눈에 들어온다.
4코스의 종착점인 동강 마을이다. 이곳에서 금계로 돌아가는 버스를 탔다. 여기서 4코스 여행을 마친다. 다치지만 않았어도 매우 만족스런 여행이었을 것인데 다친게 좀 아쉽고 다음 5코스, 6코스 여행 계획을 다시 세운다.
함양에서 금계로 오면서 만났던 오도재 길이다.
구름사이로 끝내 숨어버린 천왕봉이 못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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