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있어 둘레길을 포함한 전국 각지에 널려 있는 길이 산보다 좋은 이유는 단지 생각을 하면서 걸을 수 있다는 것이다.
뭐 산에 가면 생각을 못하냐고 하겠지만 숨이 턱까지 차서 죽을꺼 같은데 무슨 생각이며 한발 한발 내딛을 때마다 정상쪽만 바라보거나 머리를 땅에 처박고 걷게 된다.
그저 빨리 올라갔으면 하는 바램(아니 거의 소원 수준이다)이거나 이 오르막은 언제쯤 끝나는가를 헤아리다 보면 거의 정상에 이르곤 했다.
그러니 산에 오르면서 뭐 이런저런 생각을 할 겨를도 없고 내려갈 때는 자칫 발을 헛디뎌 위험할 수도 있으니 더 정신 바짝 차려야 하기 때문에 뭔 생각이고 나발이고 할 겨를이 없다. 그냥 난 그렇다.
이런 저런 이유로 나름 길이라고 하는데는 몇 군데 가보곤 했지만 그 유명한 지리산 둘레길을 한동안 외면하고 있었던 것은 지리산이 주는 그 무게에 지레 주눅이 들어 있었던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그러다 문뜩 언젠가는 한번 가보기로 했으니 마음이 내킬 때 가자 싶어 무작정 그렇게 길을 나섰다.
요즘 광고에 여행은 딱하고 떠나는 거라고 하는데 맞다. 딱하고 떠나서 부딪치고 하는 게 여행이지만 그래도 명색이 지리산 둘레길인데 한번쯤은 지도도 좀 찾아보고 하는 사전 조사는 하고 떠났어야 했다는 것을 1구간부터 4구간까지 걷고 나서야 깨닫게 되었다.
지리산 둘레길은 길도 길이지만 많은 지명을 포함하고 있다.
그 지명이 갖는 의미와 유래 그리고 그 안에 담겨있는 사연이 있다는 것을 다니다 보면 알게 된다.
물론 그 지명을 다 외우거나 다 알 필요는 없지만 몇 가지 특징 것을 사전에 알고 길을 걸으면 그 재미와 의미가 새삼 다르다는 것도 느끼게 된다.
처음에 아무 생각 없이 떠나고 보니 나중에 여기를 내가 갔었나 헷갈리기도 하고 그 마을이 그 마을이고 그 길이 그 길이지 뭐가 다른가 싶어 돌아와서 꼭 다시 찾아보는 수고를 곁들이게 된다.
이왕에 돈과 시간을 들여서 하는 여행이라면 모 백배로 즐겨야 하는 게 맞다.
둘레길은 한번 갈 때마다 이틀에 나누어 하루에 1개 구간을 걷기로 했다.
거리와 난이도에 따라 소요 시간이 다르겠지만 무리할 이유도 없고 무리한다고 누가 상주는 것도 아니니 부담 없이 걷기로 했다.
그렇게 1구간부터 2구간을 걷고 그 다음에 3구간과 4구간을 걸었으며 이제부터 그 이야기를 하려한다.
서울에서 내려가는 것은 늘 그렇듯 차를 가지고 가니까 각 구간의 시작점에 주차를 하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야만 했다. 1구간부터 4구간까지 각 구간의 시작점에 주차할 공간은 충분하며 다시 버스를 타고 출발점으로 돌아오는데 아무 문제가 없었다.
지리산 둘레길의 또 다른 특징은 적어도 대중교통의 편리성이라고 말하고 싶다.
지금까지는 그랬다.
지리산 둘레길 01코스(주천 ~ 운봉)구간.
전라북도 남원시 주천면 장안리 외평마을과 운봉읍 서천리를 잇는 길이다.
거리가 14,7km이고 주천면 외평마을- 내송마을(1.1km) -구룡치(2.5km)- 회덕마을 (2.4km)- 노치마을(1.2km) - 가장마을(2.2km) - 행정마을(2.2km)- 양묘장(1.7km)- 운봉읍(1.4km)이고 소요시간은 대략 6시간 걸린다고 하는데 좀 덜 걸린다. 물론 걷는 과정 속에서 나름 즐길 거리가 있거나 놀며 걸으면 하~ 세월 걸릴 수도 있다.
주천에서 운봉으로 이어지는 옛길이 잘 남아 있는 길이라고 하는데 걷다보면 이게 옛길인지 아닌지 모르고 걸었으며 나중에 그런 줄 알았다.
특히 10km의 옛길중 구룡치와 솔정지를 잇는 회덕-내송까지 4.2km는 길이 좋고 경사도가 완만하여 가족끼리 걷기도 좋다구 하는데 사실 걸을 땐 여기가 어딘지 잘 몰랐다. 그래서 미리 좀 알고 갔으면 더 좋았을 것이란 생각을 하게 되는 이유다.
또한 곳곳에서 이정표는 물론 각종 안내판을 자주 만나게 되는데 사전에 알고 가지 못했다면 이런 안내판이라도 한번씩 읽고 걸으면 재미가 더 할 것이다.
처음 구룡치까지 걷는데 오르막이라 헥헥거리며 다 귀찮다고 그냥 내리 걷기만 하면 나중에 뭐하면서 여기까지 왔는지 모르는 경우도 있다.
출발해서 처음 구룡치를 넘는 고개가 좀 경사가 있어서 그렇지 일단 넘으면 그닥 힘들다는
생각보단 오길 잘 했다는 생각으로 1구간을 시작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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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천면 시작점에서 얼마 걷지 않아 내송마을로 들어설때 살짝 뒤돌아 서면 이렇게 보인다.
1구간의 시작을 알리는 안내판이다. 그리고 옆에 나무 기둥의 화살표에 빨간색은 진행방향, 검정색은 역방향이다. 가다가 길이 헷갈리거나 할때 이 기둥을 찾으면 되고 어지간한 갈림길엔 꼭 있어서 걷다보면 정말 자주 만나게 된다. 해파랑길과 함께 길 안내는 정말 잘되어 있는 듯 하지만 그래도 종종 헷갈리는 지점이 있긴 하다.
지도야 뭐 이래봐선 잘 모르겠고 옆에 둘레길의 명소 정도는 알아두고 걸으면 그곳에 도착했을때의 느낌이 다르긴 하다.
역시나 정말 자주 만나게 되는 기둥이긴 한데 지금은 뭐 그냥 대면대면 해도 나중엔 무척 반갑게 느껴진다. 특히 혼자 걸을땐~~~
나중에 가다보면 구룡폭포 길과 헷갈리는 경우가 있다. 더군다나 무슨 산악회나 동호회에서 리본을 많이 달아 두는데 그거 보고 쫒아 가다간 새 될 수도 있으니 잘 보고 자신이 가고자 하는 코스대로 걸으면 된다. 물론 나중에 다시 만나니 중간에 좀 헷갈려도 그닥 걱정할 필요는 없다.
벼가 막 익어가고 가다보면 이미 추수를 시작한 곳도 있다. 그리고 3,4구간을 걷기 위해 다시 내려갔을때는 이미 다 추수를 끝낸 논이 더 많은 듯 보였다.
앞만보고 걷다가 한번 주위를 둘러보면 생각지도 못한 그림이 반겨줄때가 있다. 이제부터 땀을 조금씩 흘리며 걸어야 했다.
이 쉼터가 보이면 다 올라왔다. 여기서 물 한 잔 마시고 본격적으로 둘레길을 즐기며 걸으면 된다.
정자나무 쉼터
정자나무 쉼터인데 바로 위 사진의 나무 때문에 이곳을 정자나무 쉼터라 부르는 것 같은데 구룡폭포 코스와 합류되는 지점이다.
도로변에 있어 좀 시끄럽긴 하겠다만 주위의 나무가 참 정성을 들인 흔적이 보인다.
1구간은 코스모스 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코스모스를 많이 본 듯 하다. 그나마 아는 꽃이름 중에 하나라 그런지 더욱 반갑다.
이 마을이 이렇게 의미가 있는 마을이라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됐다. 여길 지날땐 그냥 모 그런가부다 하고 지나친 것이 못내 후회가 됐다.
백두대간이 통과하는 국내유일의 마을인 노치마을은 고리봉에서 수정봉으로 이어지는 벡두대간 위에 있어 비가 내려 빗물이 왼쪽으로 흐르면 섬진강이 되고 오른쪽으로 흐르면 낙동강이 되는 마을이다.
위에 두 장은 덕산 저수지이다. 이꽃 뒤에 정자가 하나 있는데 잠시 쉬어가도 좋다.
정자나무 쉼터를 비롯해서 마을마다 이러한 보호수 내지 큰 나무들이 꼭 있다는 것을 보게 된다. 오랜 세월 그 마을의 내력에서부터 그 마을의 희노애락을 묵묵히 지켜보며 그자리에 서 있었던 나무가 아닌가 싶다.
꽃길을 따라 운봉읍에 이른다.
한편으로는 썰렁하게 느껴질 정도로 낡고 오래됐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래도 오랜 세월 잘도 견뎌 주었고 아직도 장날에는 가게문을 열고 장이 들어 선다고 한다.
사실 1구간과 2구간의 사진은 별로 없다. 특히나 마을을 담은 그림이 없다. 그것은 내가 둘레길을 걸을 준비가 덜 되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고 여전히 마을 주민들이 살고 있고 또한 추수하느라 농사일로 분주한데 거기에 카메라를 들이대는 것이 영 내키지 않았다. 그래서 죄없는 나무와 꽃으로 도배를 하게 된다.
그렇지만 다음에 갔을 3, 4구간에는 그나마 멀리서라도 마을의 정경을 찍은 그림도 있고 무엇보다 지리산을 바라보며 걷느라 정신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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