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쇄원은 지금 가야 한다. 바로 장마철에 물이 많고 사람이 없을 때 가야 하는 몇 군데 되지 않는 곳 중에 하나이다. 특히 한국 최고의 원림(園林)이라 해도 손색이 없는 소쇄원이지만 생각보다 별로라던 세간의 소리를 묵묵히 견뎌야만 했을 것이다. 그러나 장마때가 되면 관광객의 잡담 소리가 끊기고 적막 속에서 오직 물이 끊겨 시름하던 십장 폭포가 살아나서 소리를 낸다. 이 소리를 들을 수 있을 때 비로소 소쇄원의 가치는 세상 밖으로 드러낸다. 필시 소쇄원의 가장 낮은 곳에 지어진 광풍각(光風閣)은 오직 너럭바위 위로 흘러 떨어지는 십장폭포를 감상하기 위해 지어졌을 것이다. 보는 즐거움이 아니라 듣는 즐거움까지 고려한 양산보의 안목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기에 앞에서 담양의 관방제림에서는 시원한 아이스커피를 준..
관방제림을 벗어나 길을 하나 건너면 담양의 그 유명한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이 나온다. 한때는 길을 막고 돈을 받는다고 말도 많았지만 지금도 소송 중에 있는 것으로 안다. 입장료인지 통행료인지 모르겠지만 2000원을 받는다. 그래도 난 그 정도의 충분한 가치는 있다고 느끼는 것은 그 길을 아주 천천히 걸어보면 알게 된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관방제림을 걸을때는 시원한 아이스커피 한 잔 준비하는 것이 좋다고 했는데 이곳 메타세쿼이아 길은 아이스커피 말고 귀를 호강시킬 수 있는 음악을 준비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음악이야 각자의 취향이니 뭐가 좋고 뭘 준비하면 좋다라고는 말하지 못하겠지만 그래도 안 하는 것보단 낫다. 물론 함께한 사람의 정감 있고 사랑이 넘치는 목소리라면 더더욱 좋지만 말이다. 이 메타세쿼..
앞에 죽녹원을 올리면서 담양은 쉼이라고 했다. 죽녹원 정문을 나와서 오른쪽으로 다리를 건너면 국수거리가 있다. 출출하다면 이곳에서 국수 한 그릇 하고 관방제림 길을 즐기는 것도 괜찮다. 물론 관방제림 길을 걷기 전에 시원한 아이스커피 한 잔과 여유를 준비한다면 더 바랄게 없어진다. 이 길을 걷다보면 그 길고 긴 인고의 세월을 견뎌낸 나무들과 동네 어르신들도 만나게 된다. 그리고 지금의 이 삭막한 세월을 살아가는데 도무지 도움이라고는 되지 않는, 정말 감상 말고는 가진 것이 없는 나를 또한 만나게 된다. 비록 도움이 될만한 것이 없는 부스러기 같은 감상일지라도 이 감상마저 끝내 버리지 못하는 것은 이 감상조차 내게 없다면 오늘 이 답답하고 무미건조한 생활의 연장에서 내가 어찌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위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