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역사 문화의 보고 군산은 한번쯤은 꼭 방문해야 하는 곳으로 자리메김을 한 듯 하다.
계절마다 남도 여행을 하노라면 한번씩 들려보고 싶은 곳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군산에서 불과 10여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역사의 아픔을 딛고 지난 세월 잘도 견뎌낸 간이역이 하나 있다.
시간이 멈춘듯 장항선이 지나는 군산시 임피면 서원석곡로 37 (舊 술산리 226-127번지)에 있는 임피역이다. 일제강점기부터 오랜 세월 그 소임을 다하고 은퇴했지만 지금은 아름다운 간이역으로 남아 이제 지난 세월을 돌아보며 그 자리에 서 있다.
1924년 군산선 간이역으로 문을 연 임피역은 일제가 쌀을 수탈하기 위해 만들었다. 임피·서수 지역에서 생산된 쌀을 군산항으로 운반, 일본으로 반출하기 위한 거점이 필요했던 것이다. 대합실 벽의 안내문이 당시 상황을 알려준다.
"힘들게 수확한 쌀을 빼앗긴 농민들은 깻묵과 나무껍질로 허기진 배를 달랬고, 역사 옆 미곡 창고에서 노동자들이 배고픔을 참고 쌀가마니를 실어 날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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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이 좋았는지 임피역은 1936년에 보통역으로 승격하고, 역사도 새롭게 지었다. 이때 지은 건물이 원형대로 보존되어 지금에 이른다. 임피역사는 화장실까지 포함해 2동으로, 목조건물 벽면은 모르타르로 마감했고 맞배집 형태다. 정면 출입구와 반대편 개찰구 위에 직선으로 박공을 설치하고, 철로 변 대합실 출입구 상단에 차양을 달아 햇빛과 비를 피할 수 있게 했다. 대합실과 사무실 사이에는 난방시설을 갖추고, 지붕에 굴뚝도 만들었다.
임피역은 서양 간이역과 일본 가옥 양식을 결합한 역사적·건축적 가치를 인정받아 등록문화재 208호로 지정되었다. 역사 서쪽에는 시계가 귀한 시절, 사이렌과 스피커로 정오를 알리던 오포대와 추억 속의 펌프도 있다.
임피역은 광복 후 비로소 지역 주민의 품으로 돌아왔다. 한국전쟁 후 군산의 경공업이 발전하면서 농촌 청년들이 공장에 취직해 통근 열차를 타고 출퇴근했으며, 생선 장수들은 새벽 열차를 타고 군산항에 나가 생선과 젓갈을 구입해 머리에 이고 팔았다. 학생들은 임피역에서 통학 열차를 타고 군산·익산·전주 지역에 있는 학교에 다녔다. 이후 버스 등 다른 교통수단이 생기고 임피역이 영업을 중단함에 따라 이런 풍경은 사라졌지만, 임피역에는 삶의 애환과 추억이 고스란히 담겼다.
임피역 옆에 있는 우물, 우물옆에 있는 펌프가 참 정겹다. 어린시절 외갓집에 가면 저런 펌프가 있어 물을 퍼 등목욕을 했던 기억이 있다. 물이 정말 차가웠는데~
임피역 옆에 있는 옛날 화장실의 모습. 어릴적만해도 이런 화장실 가끔 본것 같은데~
임피역 내부.
대합실을 나와서 보면 열차가 지나는 철길이 보인다.
임피역의 안쪽.
군산선 통근 열차는 2007년 12월 31일까지 운행되었다. 2008년 1월 1일부터 임피역이 장항선에 편입되고 새마을호와 무궁화호가 잠깐 운행되기도 했으나, 그해 5월 여객 운송이 완전히 중단되면서 열차가 정차하지 않는다. 이제 임피역은 외부 조경과 전시 시설로 단장하고 관광객을 맞는다.
군산 출신 소설가 채만식의 대표작 《탁류》 <레이메이드 인생> <논 이야기> 등을 모티프로 한 조형물이 들어서고, 객차를 활용한 전시관도 생겼다. 승강장 쪽에는 나무 벤치를 마련해 간이역의 고즈넉한 풍경을 즐길 수 있다.
객차 내부에 마련된 전시실.
일제의 수탈에 항거했던 옥구농민항일항쟁 기념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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