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백산,
아, 어쩌면 가을의 소백산은 단풍으로 유명한 내장산이나 설악산 등에 밀려 그 이름이 한발짝 뒤에 물어나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겸손하게 시리~
그렇지만 난 가을의 소백산이 그래서 더 좋다.
단풍인파로 붐비지 않고 번잡하지 않으며 어쩌면 정말 산을 즐길 줄 아는 사람들이 가을 소백산을 찾는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아, 그렇다고 뭐 나같은 저질체력이 무슨 산을 즐기기 위해 오르진 않는다.어쩌다가 가을에 한번 간 것 가지고 온갖 생색은 다 내는 것이다.
소백산은 높이가 1439m이다. 일단 높이에서 주눅이 들어버릴 수도 있다.
특히나 나같은 저질체력에 동네 언덕만 봐도 고개를 돌려버린다면 말 다했다 싶은데 솔직히 오를만하다.
국립공원 홈페이지에 보면 각 코스마다 난이도에 상중하가 있는데 이중에 하에 속한다. 에지간하면 잘 없는 하 이다. 그 흔한 철재 계단도, 이따금 하나씩 있을 법한 밧줄도 없다.
그러니 뭐 충분히 오를만하고 무엇보다 가성비가 뛰어나다.
다시말해 올라가느라 든 에너지와 힘에 비해 산을 등반하면서 느끼는 만족도와 쾌감 그리고 그 성취감(?)내지 행복감이 훨씬 크게 다가오는 산이 소백산이라 믿는다.
사실 에지간한 산이 다 그렇긴 하지만~ ^^*
이 천동계곡 코스로 오르는데 3시간 걸린다고 나와 있는데 이거 믿고 가면 나같은 경우는 클란다. 그리고 이건 편도이다. 왕복이 아니다.
아주 건장한 30대 남자가 미친 듯이 올라갔을 때의 시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산에 오르다보면 좀 쉬면서 놀기도 하고 또 아름다운 절경 앞에 멍하니 서서 감상도 좀 하고 그렇게 쉬엄쉬엄 오르는 게 산이라고 생각하는데 가끔 보면 아닌 사람들도 있다. 뭐 보물이 있는 것도 아닌데
뭔놈의 산을 미친듯이 오르는지 난 이해를 잘 못하겠다.
그런 이유로 난 산악회나 동호회에 가입을 못하고 늘 이렇게 혼자 다니게 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좀 늦으면 다른 사람들에게 폐가 되고 사실 행동에도 제약을 받고 그 일정에 순응해야 하고~
무엇보다 주말이 아닌 평일에, 사람이 없을 법한 날에만 산이고 여행이고 다니니까 그럴 수도 있고~
그렇다고 마냥 혼자 다니는 것이 좋은 것만도 아니다.
때에 따라선 불편한 점도 많고 할 수 없는 것들도 많다.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몰라도 그렇지 않을 때는 늘 원점으로 돌아와야 하고 그렇지 않고 둘러오는 코스를 택한다 해도 어차피 출발점으로 돌아와야 하니 힘들 때는 영 불편하다.
또 하나는 꼭 산이 아니더라도 주변의 맛있는 먹거리에 혼자 들어가기가 뻘쭘하다. 또한 1인분을 판매하는 메뉴도 식당도 찾기 쉽지 않다.
산채비빔밥 이런 거 말고는~
이 소백산은 내가 산에 약간 맛이 들리고 그나마 두 번 이상 다녀온 산 중에 하나이다. 그만큼 오르기도 좋고 매력이 있는 산이다.
특히 봄이 익어갈 무렵의 소백산 철쭉을 보기 위해서도 갔었다.
그때는 이 천동계곡이 아니라 죽령으로 해서 연화봉을 거쳐 올라갔는데 사실 그 죽령코스가 난 더 쉽고 볼거리도 많으며 괜찮았던거 같다.
다만 거리가 좀 길고 지루하다.
그건 그렇고 이 천동계곡 코스는 단양의 다리안 관광지에서 출발하면 된다.
아래를 클릭하면 함께 여행할 수 있답니다. 오세요~
정상의 표지석보다 난 이 고사목이 소백산의 상징처럼 여겨 진다.
다리안 관광지에서 천동계곡을 따라 산행을 시작한다.
난 왠지 모르게 이 이정표를 만나면 무척이나 반갑다.
처음엔 어느산이나 그렇듯 오르기 좋다.
이런 숲에 들어오면 절로 힐링이 되는 듯하다.
산길이 이렇게만 되어 있다면 세상에 못 갈 산이 없을 것 같다. 그런데 정상까지 이렇진 않다.
참 이 나무도 에지간히 성격이 급한가 보다. 다른 나무들은 이제 막 단풍물 먹기 시작하는데~
총 6.8km에서 이제 2km 남았다. 말이 2km지 산길 2km이다.ㅜㅜ
비로소 산에 온듯 한 느낌이 드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나머지 구간은 또 이렇게 걷기 좋게 조성되어 있다.
난 소백산에서 이 주목들 사이로 걸을때의 느낌이 참 좋았다. 맘에 드는 코스이다.
가을 옷으로 갈아입기 위해 아주 몸살을 앓는 듯 보인다.
어렴풋이 비로봉 정상이 보인다.
뭐 6.8km중에 600m 남았으면 다 왔다고 볼 수도 있는데
산길 600m이다. 그나마 소백산이고 정상이 어렴풋이 보인다는 것이 위안이 된다.
멀리 연화봉 천문대가 보인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지 모르겠다. 정상에 오르면 어떤이들은 점심을 먹고 어떤 이들은 휙 둘러보고 인증샷 찍고 이내 내려가는 사람도 있다. 난 사실 아주 한참을 놀다가 내려온다. 그렇다고 뭐 앉아서 밥을 먹는 것도 아니고 기껏 준비해간 커피 한 잔이 전부이지만 올라오느라 애쓴 게 아까워서라도 좀 이리저리 둘러보고 돌 하나에 걸터 앉아 음악도 몇 곡 듣고 이제 됐다 싶을때 내려간다.
비로봉에서 보이는 어의곡 삼거리
바람이 거세다. 보다시피 정상 부근에는 바람을 막아줄 나무가 없다. 바람이 세지 않아도 춥게 여겨질 때이니 여벌옷은 필수이다.
아쉬움에 한번 더 둘러보고 이제 내려간다.
근데 여기 왜 고산자 김정호선생의 추모비가 있는지 그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누군가가 이렇게 한 사람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비를 세웠다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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