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산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난 산에 갈 때마다 내가 미쳤다는 생각을 단 한 번도 안해본적이 없다.
숨은 턱까지 차서 죽을 것 같고 다리에는 큼지막한 돌덩이하나 매단 것 같아 한발도 내딛기 힘든데 뭐가 좋겠나!~
대체 무슨 생각으로, 뭔 바람이 불어 이노무 산을 왜 갔다 왔는지 모르겠지만 늘 그렇듯 산에는 오를 때가 아니라 내려와서 느끼는 그 알듯 모를 듯한 쾌감과 자기만족 아님 뭐 스스로에 대한 대견함 때문이 아닌지 모르겠다.
물론 산을 동네 뒷산 다니듯 허구허날 펄펄 날아다니며 건강자랑, 힘자랑 하는 이들이야 뭐가 힘들다고 하느냐 할지 모르겠지만 난 힘들다.
아, 이제 생각났다. 인터넷을 뒤지다가 가야산 만물상이 쥑인다는 기사를 본 것 같아 암 생각 없이 갔다. 안 그럼 동네 언덕만 봐도 기겁하는 내가 거길 갔을 이유가 없을 것이다.
산에 가기 전엔 다들 어디에서 출발해서 어디로 내려올까를 한번쯤은 생각할 것이다. 무슨 산악회나 동호회 이런데서 갈때는 선택을 여지가 없이 앞사람 따라가면 되겠지만 혼자서 갈때는 더군다나 차를 가지고 갈때는 생각이 이만저만 많은 게 아니다.
만물상은 기본적으로 가야산 야생화 식물원 쪽에서, 그러니까 가야호텔이 있는 백운동 탐방지원센터에서 오르는 방법 말곤 뭐 다른 길이 없는 듯하다.
그리고 늘 산에 갈 때마다 하는 아주 얄팍한 생각은 어느 쪽이 좀 덜 힘들까 어느 쪽이 좀 더 경사도가 완만할까를 살피는 것이다.
보아하니 만물상 쪽이 더 힘들다고 한다. 지도를 봐도 가파르이 힘들게 생겼다.
입구에 서면 왼쪽엔 만물상탐방로, 좀 앞쪽 오른쪽엔 용기골 탐방로가 있는데 입구만 딱 봐도 만물상 탐방로는 초입부터 계단의 압박이 느껴진다.
그래서 일단은 용기골 탐방로로 들어서 서성재, 칠불봉 그리고 상왕봉 찍고 내려오는 길에 만물상 쪽으로 내려오는 경로를 택하게 되었다.
그 쥑이는 경관을, 그 장엄한 만물상의 경이롭고 아름다운 조망을 내려오면서 가쁜하고 널널하게 감상하고 싶었다.
사실 결과적으로 그게 옳은 판단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다.
원래 산이라는 게 힘들어도 죽어라 오르면 내려올 때의 그 가뿐한 기대감이라는 게 있어서 참고 오르는 게 아닌가 싶다. 내만 그런가~
근데 이 만물상코스는 내려오는 길도 아주 힘들다.
쫌 가다보면 오르막이고 다시 내리막이다 싶으면 다시 오르막이구 난 아주 죽는 줄 알았다.
그래서 그런지 이 만물상코스는 대게 정상까지 안가고 서성재에서 돌아서 내려가는 게 일반적이라고도 하는데 난 잘 모르겠다. 그래도 그렇지 산에 왔음 정상까지 올라야 한다는 이노무 고정관념이 아주 고생을 사서 바가지로 한 결과가 되었다.
서성재에서 칠불봉 상왕봉까지 갔다 오는 거리도 만만치 않고 힘도 들었으니 거기서 다시 만물상코스로~ 이건 뭐 내려오는 것도 아니고 다시 올랐다 내려왔다를 반복해야 하니 개 힘든 건 어쩜 당연했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쥑인다. 그 쥑이는 경관과 만물상의 자태가 힘든 여정을 녹여주며 참 잘왔다라는 생각을 갖게 하기에 충분하다.
이래서 무슨 중독된 듯 산에 가는게 아닌지 모르겠다.
힘들어 죽겠다는 말을 입에 달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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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산 상왕봉의 위엄있는 카리스마가 느껴진다.
이 백운동 탐방지역은 보는 바와 같이 만물상 탐방로와 이 용기골 탐방로가 왼쪽 오른쪽으로 거의 붙어 있다.
저는 물론 딱봐도 덜 힘들어 보이는 용기골로 들어섰다. 하산은 위의 만물상 탐방로를 통해 내려왔지만 결과적으로 힘든건 마찬가지다.
가야산성의 흔적이다. 아래에 잘 설명되어 있다.
백운암지, 아래에 설명되어 있다.
여기까지는 내 같은 저질 체력도 그런대로 오를만 했고 내심 이것도 힘들다하면 죽어야지 뭐하러 사나 그러면서 오긴 했다.
이곳에서 칠불봉과 상왕봉까지 올라 가거나 아님 옆으로 만물상 코스로 돌아서 하산 할 수 있다.
본래의 만물상 코스는 이곳을 기점으로 돌아서 나가는 것으로 되어 있으나 여기까지와서 칠불봉과 상왕봉을 안가고 가는 것도 영 찜찜해서 칠불봉과 상왕봉까지 올라갔다 왔다.
반 디지는 줄 알았다. 칠불봉과 상왕봉을 올라갔다 와서 힘든게 아니라 거길 갔다가 다시 만물상코스로 하산하는게 열나 힘들다.
이 계단의 압박, 그래도 이제부터 이 계단과 친해져야 한다.
칠불봉의 흔적이 보인다.
산이 힘들어도 오를만 하다고 생각되는 건 적어도 눈은 매우 즐겁고 숨을 헐떡 거릴때마다 맑고 신선한 공기가 폐부 깊숙히 들어가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눈이 아무리 즐거워도 이런 계단을 만나면 앞이 깜깜하다.
바위사이로 계단이 보이는지 모르겠다.
가운데가 상왕봉이다.
상왕봉이 눈앞인데 아직 200m를 더 가야 한다.
칠불봉이 드뎌 보인다.
칠불봉. 이제 옆에 있는 상왕봉까지만 다녀오면 된다.
여기부터는 바위사이의 계단을 잘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다. 폰으로 보면 잘 안보일 듯 싶다.
상왕봉까지의 길이 만만치 않다.
상왕봉.
상왕봉쪽에서 본 칠불봉.
이제 올라갈때 보았던 서성재까지 돌아와서 드디어 만물상 코스로 들어선다.
쫌 비슷한 사진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힘들어서 걸음을 좀 멈추고 쉬려고 찍어댄 것이다. 그래도 조금씩은 다른 느낌도 나고 뭐 이거 어디 팔 것도 아닌데 있음 뭐하나 싶어서 기록의 의미로 올려 놓고자 하는 것이다.
다시 숨은 계단 찾기.
지나온 봉우리들이다. 저길 지나 오다니 아주 죽는 줄 알았다.
이런 밧줄도 있다.ㅜㅜ
그래도 늘 끝은 있는 법인가 보다. 만물상의 매력이 푸~욱 빠져 오르고 내리다 보니 드뎌 마을이 보인다.
출발점인 가야호텔이 보이니 정말 다 왔나보다.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더니만 그래도 아쉬운 마음이 먼저 드는 것은 그만큼 만물상 코스는 깊은 인상으로 다가왔고 산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도 있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한 듯 하다.
죽을만큼 힘들었어도 죽지 않았음 됐고 이제 저 가야호텔에서 하루 묵고( 저기 그닥 안비싸다.) 앞에 올렸던 가야산 해인사 소리길과 팔만대장경을 만나러 갈 것이다.
이렇게 하면 가야산에서의 1박2일 코스가 산뜻하게 마무리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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