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유산은 중학교때 처음 갔었다. 정확히 말하면 덕유산이라기 보단 무주 구천동으로 더 잘 알려져 있었다. 그때 시외버스를 타고 무주 구천동을 갔는데 버스 기사가 거리에 차를 세우고 지나는 사람에게 길을 물어 물어 찾아갔었다. 그 버스 노선이 그날 처음으로 운행하는 버스 이어서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곤 한참을 지나 대학때 여자 친구와 함께 덕유산을 찾았던 기억이 있다. 시간이 참 많이 지났다. 이젠 그런 기억이 추억이란 단어 하나에 함축되어 점차 희미해져 가지만 그 아름다운 덕유산은 여전히 그 자리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구천동 탐방지구에서 백련사를 지나 향적봉까지 8.5km에 시간이 대략 3시간 정도 소요된다고 국림공원 홈페이지에 안내되어 있다. 물론 편도이다. 백련사까지는 구천동 계곡을 따라 산책으로 즐겨도 될만큼 길도 좋고 호젓하이 걸을만 하다.
백련사에서 향적봉까지는 땀좀 흘리거나 체력에 따라 입에 게거품을 물을 수도 있다.
허기사 어느산엘 가도 가쁜 숨을 몰아 쉬며 올라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 일 것이다.
하산은 향적봉에서 중봉으로 오수자굴을 지나 구천동 계곡길을 따라서 백련사까지 좀 돌아서 내려왔다. 산행을 하면서 올랐던 길로 다시 내려 오는게 얼마나 재미없는지는 산을 좀 다녀본 사람이면 알 것이다.
물론 그렇게 돌아 내려 온 것을 내내 후회하면서 내려왔다. 내가 산을 오를때면 “미쳤다”는 생각은 매번 하지만 내려오면서 까지 미쳤다는 생각을 해보기는 또 이 덕유산이 처음인 것 같다.
그만큼 길이 멀고 시간도 많이 걸린다. 힘든건 둘째치고 지겹도록 많이 걷게 된다.
물론 이렇게 따지면 곤돌라를 타고 올라갔다가 션하게 정상찍고 내려오는게 가장 이상적이라고 말할지 몰라도 그건 또 아닌 것 같다. 난 적어도 산에는 곤돌라나 케이블카를 설치해서는 안된다는 쪽에 서 있다. 덕유산 정상에 가본 사람이라면 좀 느낄지도 모르겠다. 산이 얼마나 황폐해 지고 여기저기 사람들의 흔적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지 한눈에 봐도 보인다.
물론 산에 오르기 힘든 분들도 산을 즐길 권리는 있겠지만 그보다는 오래도록 아름답게 보존하고 아껴서 후손에게 물려줘야 할 의무가 먼저가 아닌가하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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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정상에 섰을때보다 이렇게 능선을 타고 걸을때가 더 상쾌하고 기분이 좋다. 난 그렇다.
구천동지구 주차장에서 부터 산행을 시작하는데 가을이 제대로 익어가고 있다.
가을 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이다. 향적봉을 돌아 다시 이길로 나올때는 초죽음이 되었다.
길~ 좋다. 적어도 백련사까지는 그렇다. 물론 국립공원이라 향적봉까지도 길은 나쁘지 않다. 내 체력이 나빠서 그렇지~
구천동 33경이라고 하는데 그거 다 찾아서 보기도 그렇고 사실 일일이 찾아보며 올라가기가 쉽지 않다. 눈에 보이면 그런가 보다 하고 지나간다.
이렇게 걷다보면 구천동 계곡이 그냥 유명해진게 아니란 생각이 든다.
아직도 갈길이 많이 남아있다. 산길 4.1km~ 이게 얼마나 먼거리인지 올라갈때보단 내려올때 실감하게 된다.
이런 다리 하나가 산행할때 얼마나 큰 재미를 선사 하는지는 산에서만 느낄 수 있다.
일주문이 보이니 얼추 백련사도 다 왔나보다.
백련사의 은근 카리스마 있는 나무.
백련사 대웅전.
백련사를 지나 드디어 향적봉으로 향한다.
산에 오르다 하늘을 보게 되면 나는 거의 다 왔다는 신호처럼 여겨진다.
아무렴 덕유산이 동네 뒷산도 아니고 그렇게 금방 다 올라 올리가 없다. 이 계단~ 이제 시작이다.ㅜㅜ
올라 오는 동안 아주 죽는줄 알았다. 그래서 사진이고 뭐고 읍따. 올라오면서 정말 사람 하나 못봤는데 막상 정상에 와보니 무슨 시골장터에 온줄 알았다. 정상석 사진에 사람들이 너무 많이 찍혀 차마 올리질 못하겠다.
다들 저기 보이는 곤돌라를 이용해서 올라왔나보다. 땀 삐질삐질 흘리며 올라온 내가 도리어 뻘쭘 해지는 듯한 기분!!
그래도 좋다. 도리어 땀흘리며 올라오니 더 뿌듯하고 정상의 귀함도 느끼고~ 그래서 덕유산이 더 아름답게 보이지만 곳곳에서 몸살을 앓고 있음이 보이니 마음이 아프다.
덕유산은 산만 아름다운게 아니었다. 하늘도 아름답다.
덕유산에 주목이 빠지면 또 서운할 듯 싶다.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 누가 지었는지 참 멋있는 말이다.
덕유산의 주목 군락을 지나고 있다.
멀리 향적봉이 보인다.
몸살을 앓고 있는 향적봉이 마음에 걸려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된다.
처음에도 이야기했듯 난 이런 능선을 타고 걸을때 정말 기분이 좋다.
구름 사이로 드러난 파란 하늘. 실제는 더 쥑인다. 이런거보면 정말 사진 찍는거 제대로 좀 배우고 싶우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겨울에는 역고드름으로 유명하다는 오수자굴.
아직도 2.4km~ 그것도 산길이다.
단풍이 제대로 물들었다. 늘 그렇지만 사람은 변해도 산은 언제나 그렇게 그 자리에서 그 모습 그대로 있어 주었으면 하는 바램이 나만의 욕심이 아니었으면 한다. 그리고 지금 전국 각지의 산마다 케이블카를 비롯해서 곤돌라를 설치하려는 움직임에 반대한다. 그냥 좀 그렇게 놔두면 안되나 싶다. 단풍이야 산 아래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데~ 정상은 산을 오를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사람들에게만 허락되는 특권쯤으로 좀 놔두었음 좋겠다. 그래서 내가 겨울에 눈쌓인 산을 못간다. 겨울 산을 오를 만큼의 용기는 아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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