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 내내 말이 없다가 가을이 찾아올 무렵이면 불현듯 생각나는 장소들이 있는데 그중에 하나가 아마도 백양사 단풍이 아닌가 한다.
나처럼 계절의 변화에도 무심하고 사람 북적이는 가을에는 에지간하면 산보단 인적이 드문 둘레길이나 찾아다니다가 무슨 바람이 불었는데 한번씩은 그 북적이는 인파 속에 나를 들이밀고 싶은 충동을 느낄 때가 있다.
그래도 여전히 사람이 덜 북적일 것 같은 이른 아침에 백양사를 찾았다.
마침 광주에 일이 있어 내려가던 차 였으니 잘됐다 싶어 조금 서둘러 내려가 백양사 주차장에서 날이 밝을 때까지 잠시 눈을 붙이곤 일어났다.
아직 11월이라곤 하지만 차에서 잠을 자기엔 춥다. 한기에 눈을 뜨고 히터를 잠시 틀어 몸을 녹인 다음 막 날이 밝아올 무렵 백양사에 들어섰다.
이미 그곳엔 백양사 쌍계루를 사진에 담아내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로 북적이고 난 그들이 차지한 자리를 뒤로하고 산으로 걸음을 옮겼다.
하산하면서 그림이 나오던 안나오던 늘 그래왔듯이 다녀갔다는 인증샷 하나면 충분하니까~
백양사 뒤로 약사암으로 돌아 백학봉과 백암산 상왕봉을 거쳐서 내려오면 되는 코스였고 그다지 높지도 험한 산도 아니라니 부담 갖지 말고 천천히 걸어 내려오면 될 듯 싶었는데 역시 산치고 어줍잖은 산은 없고 산치고 어슬렁 걸어서 다녀올 산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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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사진을 못찍어서 그런지 아님 열정이 없는 것인지 꼭두새벽부터 이 백양사 쌍계루를 찍겠다고 모여든 분들을 잘 이해를 못한다. 그나마 하산하면서 하나 찍으려 했더니만 그래도 사람이 북적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래서 그림이 안나오나~
약수천을 거슬러 올라가다보면 여러 그림을 만나게 된다. 이곳도 여지없이 한쪽 옆에 쌍계루를 담으려는 사람들이 많아 자리 잡기가 쉽지 않다.
난 솔직히 단풍보다 여기 이렇게 사진 찍으로 모인 사람들에 더 관심이 많고 그들이 단풍보다 더 멋있게 보이는 것은 내가 지니지 못한 열정 때문인지 모르겠다.
나무 사이로 백양사 쌍계루가 보인다.
가을하면 은행잎이 아닌가 싶다. 그 열매만 아니면 참 멋있는 나무인데~ 다행히 여긴 열매가 없다.
나도 언젠가는 저들과 같은 열정이 생기지 않을까 기대를 해보지만 내 체질은 아닌거 같다. 그랬다면 벌써 꾼이 되었을 것이다.
대충 둘러 봤으니 이제 슬슬 올라가야겠다.
초입부터 예사롭지 않지만 뭐 산에 오를때면 늘 하는 생각이다. "내가 미쳤지~ 산엔 또 뭐하러 왔나"
산이 지닌 매력중에 하나는 중간에 이런 전망대를 만나서 산 아래를 조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백양사가 내려다 보인다.
약사암이라는데 들어가 보진 않았다.
산길 3km다. 어휴~
사실 백학봉까지 오르면서 볼꺼라곤 이 내려다 보이는 백양사 뿐인데 그 느낌이 나쁘지 않다.
작게 보이면 작은 대로 땡겨서 좀 크게 보면 큰대로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 그렇지~ 산 아니랄까봐 이 엄청난 계단의 압박은 늘 그래왔다. 그래도 "뫼산이 높다하되~" 한 열댓번 속으로 되뇌이다 보면 어느새 정상에 이르곤 한다.
어느산 오를때 이야기 한거 같은데 난 산에 오르면서 내려다 보이는 동네가 어디라고 세세히 아는 사람보면 참 부럽다.
차라리 계단이 낫지 이런 밧줄을 만나게 되면 한숨이 먼저 나온다.
오니 못오니 해도 백학봉까지 왔다.
드디어 상왕봉까지 왔다. 산에 오르면서 한번도 정상에 대한 집착은 없었지만 그래도 정상에 오르면 여전히 더없이 좋다.
올해도 그랬듯이 내년에도 단풍은 어김없이 이나라의 산하를 물들일 것이다.
올해 못 갔으면 내년에 가면 되겠지 하는 희망이 좋은 것은 내년엔 단풍을 즐길 마음의 여유를 찾을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내가 그랬다. 늘 내년에는, 내년에는 하다가 이제야 왔지만 그렇다고 없던 마음의 여유가 갑자기 생겨서는 아니다. 다만 마음을 그렇게 먹으니 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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